
난 한때 노블레스 수현이라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적이 있다. 거기서 총 5명의 여성을 만났었고, 이것과 관련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노블레스 수현의 미드썸머 파티 이야기를 해보겠다.
미드썸머 파티는 노블레스 수현에서 주최하는 파티 행사로,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그냥 '커플 매칭 파티'다. 나는 솔로의 하루짜리 축소판이라고 보면 된다. 파티에 참석하는 인원은 결혼정보회사 회원이거나 혹은 회사 측에 요청해서 파티 참가비만 내고 참여한 사람들이다. 다만, 양쪽 모두 직업과 신분 증명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나름 검증된(?) 사람들이다.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고, 인연을 찾고 싶은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아쉽게도 인터넷에 후기가 전혀 없더라. 그래서 결국 경험자인 내가 직접 후기를 쓰기로 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난 알바도 아니고, 업체 관계자도 아니다. 그냥 경험자로서 솔직하게 내가 느낀 바를 전달해 드리겠다.
1) 파티의 진행방식

▶ 미드썸머 파티는 남자 32명, 여자 32명의 총 64명의 인원이 참여하게 된다. 이들이 8개의 테이블에 8명씩 앉는다. 즉, 1개의 테이블에는 남자 4명, 여자 4명이 앉게 되는 것이다.
▶ 처음에 파티장에 입장하면 직원들이 참가자의 번호를 알려준다. 참가자가 해당 번호가 적힌 자리에 앉으면, 자리에서 행사 팸플릿을 받을 수 있는데, 이 팸플릿에서는 이성 참가자들의 정보가 적혀 있다. 남성 참가자는 여성들의, 여성 참가자는 남성들의 간단한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
▶ 팸플릿에는 이름, 나이, 직업의 3가지만 표시되며, 그 옆에는 참가자가 메모할 수 있는 메모란이 있다. 이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그 정보를 메모해 두라는 의도이다.
▶ 파티가 시작되면 사회자의 간단한 아이스 브레이킹을 거친 후, 참가자들은 테이블 내에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테이블 별로 조장을 뽑는다.(이쯤되면 예상하셨겠지만... 우리 테이블의 조장은 나였다. 하하)
▶ 자기소개까지 끝나면 본격적으로 대화가 시작된다. 이 대화는 남성들이 자리를 바꾸어 앉아가며 여성들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드레스를 입은 경우가 많다 보니, 이동은 남성들이 맡는다.
▶ 남성들은 제한 시간 내에 자리를 바꾸어 가며 여성들과 대화를 하는 방식인데, 제한 시간은 15분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남성 참가자라고 가정하자. 당신이 1번 테이블에 앉아서 시작했다면, 1번 테이블의 여성분 4명을 만나볼 수 있고, 15분동안 그녀들과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 15분이 지나면 2번 테이블로 가서 똑같이 15분간 이야기를 나누고, 이어서 3번 테이블로 간다. 이런 식으로 남성 참가들이 한 로테이션을 다 돌면 대화 시간이 끝난다. 간단해 보이지만 해보면 정신없다.
▶ 중간에 저녁식사로 호텔 석식이 제공되는데 장소가 장소인만큼 식사와 서비스의 퀄리티는 매우 높다. 식사 시간에는 이동을 하지 않고 한 테이블에서 계속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만약 해당 테이블에 맘에 드는 여성이 있다면 이때가 승부처가 될 수 있다.
즉, 다시 정리해서 말하면
남성 참가자 - 15분마다 돌아다니며 여성분들과 대화
여성 참가자 - 15분마다 바뀌는 옆자리 남성들과 대화
이런 느낌이다. 그렇다. 굉장히 정신이 없다 ㅎㅎ 할 때는 신기하고 재밌지만 끝나고 나면 진이 쭉 빠진다.
2) 나의 파티 경험담 - 파티의 시작
난 파티 시작보다 조금 일찍 가서 자리에 앉았다. 나보다 먼저 와서 앉은 여성분들도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낯선 곳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기는 쉽지 않다. 그냥 팸플릿을 보거나 휴대폰을 만지며 멍하니 시간을 떼웠다.
그러다 어느새 테이블에 사람들이 다 찼고, 사회자가 파티의 시작을 알렸다. 업체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다 그렇듯 이 파티는 커플이 많이 생기는 파티라며 적절한 홍보 멘트가 나온 다음, 사회자의 설명과 함께 파티가 시작되었다.
이때, 성격이 적극적이신 분들은 미리 통성명도 하고 분위기도 띄우고 하던데, 난 그럴 자신은 없어서 그냥 흐름에 맡겼다. 그러다 사회자가 "자, 각 테이블마다 조장을 뽑아주세요!"라고 했는데, 그 순간 정적이 흘렀다. 원래 이런 건 다들 하기 싫어하는 법이라 아무도 나서질 않더라.
그래서 결국 내가 총대를 멨다. 기껏 준비하고 차려입고 갔는데, 재미없게 보내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부러 나서서 서로 간단히 자기소개 좀 하고, 자리 바꾸어 가면서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하니, 다행히도 우리 테이블의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줬다. 그들도 눈치를 보느라 나서지 못했을 뿐, 나와 같은 생각이었나보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됐고, 한 남성 참가자분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줬다. 바로 테이블 내에서도 자리 이동을 하자는 것이었다. 설명했듯이 한 테이블에 머무는 시간은 15분이다. 15분간 앉은 자리 그대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당연히 좌우 옆사람과만 이야기하게 될 뿐, 맞은편에 앉은 이성들과는 눈인사만 하다 끝나게 된다. 그러니 1:1로 4명 모두와 대화할 수 있게 1인당 4분 15초씩 시간을 할애해자는 뜻이다.
다소 정신이 없긴 하겠지만,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고, 나는 바로 수락했다. 처음 만난 남자 4명이 인연을 찾겠다는 의지 하나로 뭉치는 순간이었고, 우리 테이블의 남성 4명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호흡이 척척 맞았다. 그만큼 다들 열정이 있었다는 뜻이겠지?

3) 파티에서 만난 인연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정한 4인 로테이션 전략을 잘 활용하며 총 8개의 테이블을 모두 돌았다. 우리의 전략이 탁월했던(?) 덕분에 나는 어찌어찌 여성 참가자 32명가 모두 대화를 해보는데 성공했다.
정신이 없어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내가 4분 남짓의 시간 동안 여성들과 나눈 대화는 대충 이러했다.
1) 나에 대한 간단한 소개. 직업과 거주지 등.
2) 원하는 이상형이 무엇인지.
3) 상대에 대한 가벼운 칭찬(예쁘시다, 인상이 좋으시다 등)
이런 주제들을 기본으로 깔고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대화의 흐름을 조절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째 소개팅이 아니라 인터뷰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ㅎㅎ
물론, 나도 사람이기에 꼼수를 쓰기도 했다. 로테이션 대화를 돌리면서, 1인당 허락된 시간은 4분 15초지만, 대화의 흐름상 이걸 딱딱 맞추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은근히, 맘에 드는 여성분이 걸리면 시간을 좀 더 끌었고, 그다지 느낌이 안 오는 여성분이 걸리면 "슬슬 자리 바꿔볼까요?"하며 자리 이동을 재촉했다.(좀 치사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나도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다^^)
여하튼 수많은 여성분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쟁쟁한 사람들이 많았다. 결혼정보회사는 자만추에 실패한 사람들이 가는 2류 시장이라는 인식도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다들 외모도 준수하고, 스펙도 짱짱했다. 말 그대로 검증된 이들의 연애 시장이었다.
물론 다수가 모이면 항상 그렇듯, 별로인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다. 외모 관리를 좀 소홀히 한 듯한 사람도 있었고, 눈치 없이 분위기를 못 맞추는 사람도 있었으며, 진지함 없이 그냥 심심풀이삼아 나온 듯한 사람들도 있었다. 다만, 이런 사람들은 그냥 거르면 되니 굳이 그들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겠다.
내가 그날 만난 32명의 여성분들 중에 마음이 확 끌리는, 정말로 맘에 드는 사람은... 솔직히 말하면 없었다. 다들 예쁘고 매력적이었지만, 진짜 "이 사람이다!" 싶은 직감이 없었다고나 할까? 사실 이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고작 몇 분 남짓 대화한 걸로 운명처럼 끌리면 그건 드라마지 현실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그냥 갈 순 없었다. 어떻게든 여성분들 중에 그나마 가장 마음이 끌리는 여성분들을 찾아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래야 좀 더 알아갈 수 있고, 호감도 생길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이게 이 파티의 의도 같았다.

4) 설레고 흥미진진한 파티, 그러나 냉정한 현실
내가 앞서 설명하지 않은 파티의 콘텐츠가 하나 있는데. 바로 '선물' 시스템이다. 남성 참가자들에게는 2개의 사탕이 주어지고, 이 2개의 사탕을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 2명에게 줄 수 있다. 즉, 쉽게 말해 "나는 당신이 마음에 든다!"라고 어필할 수 있는 직접적이면서도 귀여운 고백 장치다.
사탕은 1인당 2개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남성 입장에서는 신중하게 전달해야 한다. 한편, 여성 입장에서는 이걸 받는 것이 상당한 기쁨이자 자부심이 된다. 자신의 인기를 증명해주는 거니까.
나 역시 여성분들 중에 고르고 골라서 2개의 사탕을 전달했다. 그런데...
그녀들은 이미 자리에 사탕이 여러 개 쌓여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하고, 결국 매력적인 사람에게는 언제나 경쟁이 몰린다. 이건 사회에서도 ,직장에서도, 파티에서도 똑같다. 세상은 언제나 매력적인 사람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허락한다.
연애 시장에 존재하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다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불편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말이 나온 김에, 파티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여성분 3명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남성들로부터 선물을 가장 많이 받아 '오늘의 인기녀'로 선정된 3명인데, 묘하게도 3명의 개성이 모두 달랐다.
첫번째, 운동선수 출신의 경호원
- 큰 키와 탄탄한 몸매, 건강미로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화하면서도 뭔가 당당한 에너지 같은 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일단 피지컬이 너무 사기라서 어딜 가나 주목받을 타입이다.
두번째, 애교쟁이 초등학교 교사
- 외모는 평범했지만, 애교와 리액션의 끝판왕이었다. 잘 웃고, 리액션이 크고, 말투도 부드러워서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타입. 그녀의 "아, 진짜요?^^"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던 거 같다.
세번째, 돈 많이 보이는 엔지니어
- 회사명은 기억이 안 나는데, 엔지니어였다. 딱 봐도 부티가 나고 여유가 느껴졌다. 말투와 표정 하나하나에서 우아함이 묻어 나온다고나 할까? 순한 인상인데도 묘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외모, 애교, 재력의 삼신기였다. 남자라면 누구나 끌릴 만한 개성들이다.
물론 이들 3명은 각자 원하는 남성과 연결되어 파티장을 나갔다. 그 이후로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진 모르지만, 일단 그날 하루는 확실히 승자들이었다.
아, 나는 어땠냐고?
결론부터 말하면 나도 한 여성분께 호감 표시를 받고 연결되긴 했다. 다만, 내가 거절했다.
난 첫인상이 확 끌리지 않아도 일단 만나는 보는 편인데, 그 분은 일단 나이가 좀 있었고(4살 연상), 거주지도 나랑 멀었던데다가, 직업이나 삶의 환경이 나랑은 좀 안 맞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힘들 거 같은 만남은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나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뭐, 어찌 보면 이것도 현실이다. 웬만하면 눈을 낮추고 사람 그 자체를 보려고 노렸했던 나지만, 그런 나도 나이를 먹고, 결혼을 염두에 두니 이것저것 따지게 되더라. 특히, 결혼을 염두에 두니 외모보다 '나이'를 더 보게 되는 것도 진짜 어쩔 수가 없더라. 내가 이럴 줄 몰랐는데, 하하.
내가 그 여자분을 거절했듯, 내가 호감을 표시했던 여자분들도 아마 각자의 기준에 따라 날 밀어냈을 것이다. 씁쓸하지만 인정해야 할 연애시장의 현실이 아닐까.

5) 파티의 끝, 그리고 솔직한 마음
일단 파티 자체는 재미있었다. 살면서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볼까 싶었다. 다만, 연애 관련 콘텐츠가 다 그렇듯 이 파티 자체가 좀 잔인한 면도 있다.
나이가 좀 있는 한 형님은, 여자분으로부터 사탕 선물을 받고 매칭도 성사되었지만, 파티 종료 후 그 여자분이 와서 "그냥 줄 사람이 없어서 준 거고, 별다른 의미는 없어요." 라고 통보한 후 파티장을 나가버렸다. 잔뜩 기대했던 그 형님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또 매칭이 안 된 일부 여성 참가자분들은 자신들끼리 모여, "이렇게 된 거 오늘 술이나 먹죠?"하며 파티 후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뒷풀이를 하러 갔다.
또 어떤 남자분은 매칭된 여성 분이 부끄럽다고 파티 끝나마자나 나가버려서 말 한마디도 못해보고 끝나기도 했다. 그 분은 허탈하게 웃으면서 "아니 내 파트너 어디 간 건데?" 라며 내게 농담을 하더라.
즉, 승자와 패자, 명과 암이 명백하게 나뉘는 밤이었다.
사실, 연애의 핵심은 시작이 아니라 '유지'다. 이 미드썸머 파티는 어디까지나 참가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지 바로 연애의 성공을 보장하는 드라마틱한 행사가 아니다. 결국 매칭이 되더라도 그 다음은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
여하튼 좀처럼 해보기 힘든 경험이었다. 다행히도 지금의 나에겐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 있어서 앞으로 이런 행사에 참여할 일은 없을 거고, 또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그래서인지 그날의 하루는 나에게 아주 강렬하고 인상깊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혹시 당신이 미드썸머 파티 참여를 고려하고 있어서 이 글을 봤다면, 내 대답은 아래와 같다.
돈과 시간만 충분하다면, 경험삼아 한 번은 해 봐라. 단,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연애라는 다 그렇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고, 기대에 보답보다 배신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혹시 아는가? 의외로 내려놓고 다가갈 때 의도치 않은 행운이 올지.
후기가 없어서 내가 써본다! 하고 쓴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이 글이 여러분의 궁금증을 약간이나마 해소해 주었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노블레스 수현에서 만난 여성분들을 주제로 글을 써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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